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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진 저승.hwp

[제목] 달라진 저승

[페이지] F01

달라진 저승

-저승 연극 "태평천국의 흥망" 의 공연 도중 생긴 일들

김광림 씀

[페이지] F02

나오는 사람들

누구나 다 싫어하는 저승사자

'태평천국의 흥망'의 주인공 홍수전

저승에 살기엔 아까운 여인

남자가 그리운 소녀

가까이 하기엔 너무 위험한 청년

항상 배가 고픈 사내

아무도 보아주지 않는 연극의 작가/연출가

각 배역은 공연이 진행되는 도중 대본에 없는 내용일지라도 위에서 설정된 성격에 부합되는 행동을

극의 진행과 관계없이 보여줄 수 있다.

[페이지] 001

이 연극을 관람하러 온 관객들은 이제 말 죽어 저승으로 온 사람으로 취급된다. 극장문을 통과할 때

관객들은 저승문을 통과하는 느낌을 받게 되며 매표나 안내 등을 맡은 스탱들도 의상과 분장을 통해

저승의 사람처럼 보여진다. 무대와 객석 모두 사후의 세계를 암시 하도록 꾸며진다. 무대 뒷면에는

저승에 새로운 사람들을 위해 환영공연을 한다는 내용의 현수막이 걸려 있다.

[] 1

팻말 '중국 청나라 시대의 이야기' 무대를 돈다.

[홍수전] 천하가 요마들의 손에 휘어잡혀진지 수백년

[여인] 농민들은 땀흘려 농사짓지만

[청년] 굶어죽지 않을 만큼의 식량마저도 요마들의 욕망을 채워주기 위해 빼앗긴다.

[일동] 난리가 나지, 난리가 나

[소녀] 광부들은 땅 속에서 석탄과 철을 캐낸다.

[사내] 자신들의 목을 벨 칼과, 가슴을 찌를 창을 만들기 위해, 자신들의 시체를 태워줄 연료를

구하기 위해,

[일동] 난리가 나지, 난리가 나

[여인] 공인들은 채찍을 만든다.

[페이지] 002

[청년] 자신들을 매질하기 위해

[일동] 난리가 나지, 난리가 나

[홍수전] 백성들을 자꾸 자식을 낳는다.

[소녀] 요마들의 일꾼이 될 자식들을

[사내] 그들은 전쟁터에서 피흘려 싸운다.

[여인] 요마들의 부귀영화를 지켜주기 위해

[일동] 난리가 나지, 난리가 나

[여인] 이 세상에 아이를 낳아 무엇을 만들건가

[일동] 요마들의 손발로 키울건가? 요마들의 군대로 키울건가? 요마들의 재물로 키울건가?

사자, 커텐을 젖히고 나온다.

[사자] 너희들 지금 뭐하고 있는거야? 누가 내 허락도 없이 공연을 시작하라고 그랬나, ?

사자, 다시 들어가서 커텐을 닫는다. 배우들, 제자리로 가서 분장을 하는 등 공연 준비를 한다.

팡파레와 함께 스포트 라이트 커튼에 비친다.

[사자] (커튼을 젖히며) 여러분, 안녕하셨읍니까? 이곳 저승까지 오느라 대단히 고생 많으셨읍니다.

우선 우리 저승세계의 새로운 식구가 된 것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페이지] 003

여러분들을 위한 저승환영 연극 공연이 잠시후에 시작 되겠읍니다 마는 막간을 이용해서 앞으로

여러분들과 함께 동고동락 할 저승사자로서 한 말씀 드리겠읍니다. 혹시 알고 있는 사람도 있을지

모르겠읍니다 마는 최근 몇 년 사이에 저승은 상당이 달라졌읍니다. 이 곳은 여러분들이 알고 있는

무시무시한 저승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여기에도 자유가 있고 희망도 있고 삶의 보람도 있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저승에서는 여러분들의 복리후생은 물론 문화활동을 위해서도 여러가지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읍니다. 우늘의 이 공연도 바로 그러한 변화를 보여주는 한 예 라고 할 수 있겠지요.

오늘 공연 될 '태평천국의 흥망' 이라는 연극은 옛날 중국이라는 나라에 살았던 홍수적이라는 인물과

그가 세운 태평천국 이라는 나라의 이야기로서 인간 홍수전의 야망과 <<혁명>> << >>, 타락과 멸망의

과정을 통해 인간의 참 모습을 들여다 봄으로서 지난날 이승에서의 여러분들의 삶을 되돌이켜 보고

반성케 해 보자는데 그 목적이 있읍니다. 그리고 한가지 기쁜 소식을 알리겠읍니다. 오늘 이 공연이

있기까지 음으로 양으로 많은 지원을 아끼지 않으신 우리 저승의 대왕님께서 오늘 이 자리를 빛내기

위해 특별히 참석 하신 다는 전갈을 방금 방금 받았읍니다. 여러분 모두 기쁜 마음으로 대왕님을 맞을

준비를 해 주시고 특히 배우들 긴장 풀지말고 실수없게 해 주시기 바랍니다. 자 그러면 우리들의

저승의 공연단을 여러분께 소개합니다. 박수로 맞아 주시기 바랍니다.

[페이지] 004

배우들 객석에 인사한다. 그리고 공연에 들어가기 전에 이 작품에 작가이자 연출가 이신 김광림선생을

소개합니다.

사자, 자기 자리에 앉는다. 이때 스탱 한 사람이 대왕님이 제 시간에 오지 못함을 알리자. 배우들

대왕역을 맡은 배우에 대해 불평과 야유가 터져 나온다.

[사자] 빨리 공연 시작하지 않고 뭐해요?

[연출가] , , 알겠읍니다. (배우들에게) , 두번째 장면, 홍수전의 고향집 부터 시작해 주세요.

배우들중 한명은 무대 한 쪽에 놓여 있는 여러개의 팻말 중 '홍수전의 고향집 1843'아라고 쓰여진

것을 골라들고 무대를 한 바퀴 돈 후 자기 위치로 돌아온다. 여인과 청년 무대중앙으로 나온다.

홍수전의 형 홍인발의 역할을 맡은 청년과 홍수전의 모친역을 맡은 여인 무대중앙으로 등장하고

나머지 배우들은 각자의 자리에 앉아있다.

[여인] (여인과 청년, 실잡이를 하면서) 수전이가 돌아 올 날이 지났는데 어찌 된 일이냐?

[청년] 저기 마을 입구의 웅덩이 말입니다.

[여인] 이번 시험이 열 번 째냐, 열 한 번째냐?

[청년] (손가락으로 숫자를 세면서) 비만 오면 온 마을의 오물과 폐물이 모두 그리고 모여들고

냄새가 지독합니다.

[여인] (혀를 차며) 이 번에 또 낙제하면 주위 사람들의 실망은 둘째치고라도 본인이 얼마나 낙심을

하겠느냐?

[페이지] 005

[청년] 파리, 모기, 온갖 목된 벌레들이 기기에 보금자리를 꾸미고서 나쁜 병들을 옮긴다는군요.

[여인] 원 생원되기가 그렇게 어려워서야 어디--- 우리 수전이 만큼 똑똑한 아이가 이 광동성 바닥에

어디 또 있었느냐? 일곱살에 학문을 시작해서 열 다섯되는 해에 예비고사에 합격했지, 그때 홍씨

가문에 수재 났다고 온 동네 난리가 나지 않았느냐? 너도 생각나지?

[청년] 그런데 바로 그 옆에 학교가 서 있지 않겠어요?

[여인] 그 아이 나이가 벌써 스물 아홉이니 이번에도 또 낙제하면 장가도 보내고 집에서 농사일이나

짓도록 해야겠다. 농사꾼 집안에서 관리가 난다는 꿈은 아예 꾸지도 말았어야 하는건데.

[청년] 이 근처 마을의 젊은이들은 모두 그 학교로 모여 글 공부를 하지요. 글을 열심히 배우면

누구든지 천하에서 제일가는 권력자가 될 수 있다는 군요.

[여인] 그랬으면 오죽 좋겠느냐 마는----

팻말 '하느님의 모습' 무대를 한 바퀴 돈다. 홍수전 무대 중앙에 마련된 침상에 누워있다.

[홍수전] 내 나이 서른에 아직 입신을 못하고 이렇게 몸마저 병져 누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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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센스.hwp

[] 1

 

(테마음악이 흐르고 있고 객석에 불이 들어와 있다. 잠시후 극장입구문으로 로버트앤, 레오수녀 관객에게 인사하며 입장. 그 뒤에 허버트 입구문 앞에서 웃으며 지켜 보고 있다. 관객들과 얘기를 나누며 친숙한 분위기를 만든다. 레오, 로버트앤 농구공을 받으며 놀다가 관객에게 여기저기 던지고 받는다. 그러다가 레오에게 농구공을 골에 넣어 보라고 권한다. 그리고 공을 넣든 못넣든 관객 지원자를 찾는다. 처음 골을 넣은 관객에게 기념선물을 준다. 허버트, 무대위로 올라 와서 관객들과 인사한다.)

 

[허버트] (당당하게) 엠네지아를 데려 와요. (원장, 들어오자 공손해지며) ! 원장수녀님 엠네지아는 어디있죠?

 

(엠네지아, 하수에서 나온다. 그러다 관객들을 보고 깜짝 놀라서 다시 들어간다)

 

[원장] 수녀님! 괜찮아요. 나오세요 (두려운 듯 수줍어하며 나와서 로버트앤수녀 옆에 앉는다.)

 

(원장 무대중앙으로 나와서 스포트라이트가 자기에세 떨어지도록 지시한다. 빛이 무릎근처에 온다. 원장 화난 듯 얼굴에 비치게 하라고 지시한다.)

 

[원장] 올려요. 얼굴쪽으로 (핀이 공중에) 내려요. 얼굴쪽으로 (핀이 레오에게)

 

[레오] 어머! 웬일이야! (관객에게) 안녕하세요! (핀이 허버트에게)

 

[허버트] . 좋아요!

 

[페이지] 002

 

[원장] 내껍니다. (핀이 로버트앤과 엠네지아에게)

 

(엠네지아 얼굴을 가리고 로버트앤 녂시하게 다리를 꼬며)

 

[로버트앤] ! !

 

(원장, 핀을 잡을 듯 말 듯 하다가 결국 핀을 잡는다.)

 

[원장] 안녕하십니까? 다시 한번 인사드리겠습니다. 안녕하십니까? . 반갑습니다. 호보켄 수녀원을 대표해서 인사 말씀드리겠습니다. 성 헬렌학교에 오신 여러분을 환영합니다. 그리고 오늘밤 우리 기금 마련행사에 참석해주신 여러분께 다시 한번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우선 공연을 시작하기전에 무대부터 정돈을 좀 해야겠군요.

 

(쿵쾅거리는 음악소리. 요란스러운 포즈들 중단시키며)

 

. 아시다시피 우리 학교 학생들이 뮤지컬"바셀린"을 공연중이거든요. 이 공연은 학생들이 무척 어렵게 준비한 공연으로써 --- (허버트 말 막으며)

 

[허버트] (속삭인다) --- 그리스예요 그리스!

 

[원장] 바셀린이나 구리스나! --- . 구리스요. --- 어째든 전 약속을 했답니다. 우리들의 공연 때문에 학생들의 무대장치를 망치지는 않겠다구요. 그래서 어떤때는 좀 어색하게 보이기도 할 껍니다. ! 그럼 시작할까요? 처음부터가 둸 신나는 노래이지요.

 

(수녀들 서둘러서 준비하러 나온다. 그러나 허버트,원장보며 헛기침한다)

 

[원장] (눈치보며) . 하지만 공연을 시작하기전에 우선 천주님께

 

[페이지] 003

 

축복을 구하도록 합시다. (로버트앤에게) 수녀님! 해주시겠어요?

 

(음악; 베니 끄레아또르 스피리뚜스)

 

[로버트앤] 베니 Rm레아또르 스피리뚜스

 

멘떼스 뚜오름 비지따

 

임쁘레 수우 뻬에르나 그라시아

 

꽤에뚜우 끄레아스티 빽또라

 

(음악; 수녀들의 공연은 습관적이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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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대본 - 국물 있사옵니다

 



국물 있사옵니다.hwp

무 대

어떤 아파트와 회사 사무실, 그리고 길거리를 다양하게 나타낼 수 있는 무대. 무대가 구태여 사실적인 필요는 없다. 대체로 무대 우측은 아파트의 실내, 좌측은 회사 사무실로 구분된다. 관객석 가까운 무대 전()면은 길거리, 복도 또는 공원구실을 한다. 관객과 아파트의 실내 사이는 그대로 트여 있지만, 그 사이에 벽이 가로막혀 있다고 상상하면 된다. 실내 앞 무대는 또한 아파트의 복도도 겸한다.

이 극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현재상황 이외에는, 즉 과거지사를 말하거나 재현할 때는 공간 처리에 구애될 필요가 없다.

 

교회 종소리와 더불어 막이 오르면 아파트의 실내 모습이 나타난다. 종소리가 여전히 들려오는 가운데 김상범이 아랫바지만 겨우 걸치고 윗 파자마는 그대로 어깨에 맨 채 침실에서 나오며 하품을 한다. 이어 눈 을 비비며 창문의 커튼을 헤친다. 밝은 아침 햇살이 실내 가득 들어찬 다. 상범은 크게 기지개를 하고 나서 이른바 실내체조를 한다. 어깨가 쑤시고 허리가 아프다. 서른 한 살이라는 나이에 비해 이런 현상은 너 무나 빨리 찾아온 것 같다. 다음엔 소파며 마루에 흩어져 있는 잡지를 주워 모은다. 이어 무대 앞에 나와 관객을 향한다.

김상범 : 오늘 일요일 아침, 저 김상범은 몹시 피곤을 느낍니다. 밤새 잠을 청 할 수가 없으니까요. 이렇다 할 근심거리가 있어서가 아니요, 뭐 그렇다 고 해서 토요일 저녁에 보통 건강한 월급쟁이들이 그렇듯 술집에서 과 음을 해서 그런 것도 아닙니다. 이 잡지 때문입니다. 충청은행 뒷골목에 서 한 권에 천 원 주고 산 이 영어잡지 말입니다. 영어잡지이기 때문에 물론 글은 읽을 수가 없습니다. 전 대학을 나오긴 했지만 영어하고는 관계가 없습니다. 어학에 대한 소질이 모자라서가 아니라, 요새 대학 영 어선생들의 교수방법이 나빠서 그렇다고 믿고 싶습니다. 이 정도의 구 실이 있어야만 마음에 부담이 안 생기니까요. 실은 이 잡지에 실린 수 많은 사진 때문에 잠을 못 잤지요. 젊은 여자들의 나체 사진, 나의 공상 의 심지에 슬슬 불을 붙여주는 이 매혹적인 사진들...... 사진 한 장을 보 면서 한 시간 또는 두 시간이나 공상을 합니다. 밤새 사진을 보고 있노 라면 새벽이 되고 두부장수가 지나가고, 이윽고 쓰레기차가 이 아파트 입구에 와서는 나의 피곤한 공상 속의 미국 여자를 무수한 쓰레기와 더 불어 쓸어 가지고 갑니다. (크게 하품을 하고서) 남은 것은 이 하품뿐입 니다. 이 잡지를 산 데도 이유는 있었습니다. 어제 토요일에 영화관에 갔었지요. 가장 이상적인 즐거움은 남녀가 같이 즐기는 데 있습니다. 하 나님이 남녀의 쌍을 지어준 데에는 이유가 있는 겁니다. 그래서 모두 짝을 지어 구경 가는데 유독 저만은 혼자서 갔습니다. 같이 갈 사람이 있어야죠. 영화의 내용은 열정적인 사랑인데, 보고 나오니까 마음이 이 상해졌습니다. 혼자서 대전극장통을 한 바퀴 삥 돌고, 지하상가의 인파 에 밀려 동백을 드나드는 젊은 여자들의 얼굴이며 몸뚱어리를 슬슬 훔 쳐보다가 충청은행 뒤에서 이 영어잡지를 두 권 사들고 들어왔습니다. 그러니까 오늘 새벽 세시까지 사진을 보면서 공상을 할 수 밖에 없었 죠. (다시 방으로 걸음을 옮긴다) 전 아직 총각입니다. 나이 서른 하나 에 이 사실이 자랑이 될 수 없다는 건 알고 있으나, 그렇지만 이건 부 득이한 겁니다. 여자를 가까이 알 수 있는 기회도 거의 없었고, 여자를 알고 찾아갈 용기도 없습니다. 그래서 저런 잡지나 볼 수밖에 없지요. 가끔 기회가 있어도 영 용기가 안 납니다. 이를테면 요 4층에 사는 미 스 박의 경우가 그렇습니다.

(김치단지를 든 박용자가 무대 우측으로 들어와 상상적인 문을 노크한 다. 김상범이 상상적인 문을 연다)

박용자 : 안녕하셨어요?

김상범 : . (어색한 사이)

박용자 : ...... 김치를 담가 왔어요. 자취를 하신 다니까...... 어머니가 갖다 드리라 고 해서.......

김상범 : ...... 전 어머니 되는 분을 잘 모르는데요.

박용자 : ? ...... 저희들은 43호에 살고 있어요. 전 박용자라고 해요.

김상범 : ...... . 미스 박은 잘 압니다. 전 김상범입니다. 교회에서 봤습니다. 합창 단에 계시죠?

박용자 : . 저도 선생님을 교회에서 봤어요. 그럼 이 김치......

김상범 : (김치단지를 받으며) 아이, 이거 미안해서......

(김치단지를 받고서도 어찌할 바를 몰라 머뭇거린다)

박용자 : 오늘은 참 날씨가 좋아요. 참말로 가을날씨 같아요.

김상범 : . 오후엔 좀 흐릴지 모르겠지만 오전엔 날씨가 괜찮군요. 몽고 지방 에 생긴 고기압권 내에 들었기 때문에......

박용자 : ...... 그럼 전 가보겠어요.

김상범 : ? (용자가 가버린다) ...... ...... 이거 잘 먹겠습니다. (관객에게) , 이렇습니다. 몽고 지방에 생긴 고기압이 무슨 상관이 있겠어요. 날씨가 좋다는 건 이 방에 들어와 얘기나 좀 하자는 건데....... 남녀간의 첫 대화 는 어째서 '날씨가 좋죠?''지금 시간이 몇 시죠?'따위로 시작이 되 어야만 할까요? 저 나체 사진을 보면서 그렇게 짜 놓았던 여자 앞에서 의 멋진 대사며 연기가 실물 앞에선 맥을 못 춥니다. 하여간 43호에 사 는 박용자라는 여자 덕분에 일주일에 한 번씩은 김치단지가 제 방에 드 나들게 됐습니다. 이런 참, 벌써 열 한시가 가까와졌습니다. 예배당에 가야겠습니다. (상의를 입고 머리를 빗는다) 요 아파트 바로 뒷길에 교 회가 하나 있습니다. 한 달 전에 하도 심심해서...... 글쎄, 일요일에는 왜 그렇게 심심한지요...... 하여튼 심심해서 교회에 가봤지요. 교회에서 들려 오는 여자들의 합창소리가 괜찮았거든요. 그래서 얼굴 구경도 할 겸 갔 었죠. 뒷자리에 앉아서 근처에 앉은 여자들, 그리고 합창단석에 앉은 젊 은 여자들의 얼굴이며 몸뚱어리를 감상하는 버릇이 생겼습니다. 그런데 어떤 날 이 예배당에서 우리 회사 사장을 만났습니다. 글쎄, 사장이 그 예배당의 장로가 아니겠어요. 돈과 종교는 표리일체로 붙어 다닌단 말 일까요? 사장은 저를 반가이 맞아주었습니다. 기특한 사원이라는 칭찬 도 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꼼짝을 못하고 억지 교인이 됐습니다. 여자를 보러 가던 '취미'가 갑자기 의무로 돌변했습니다. 사장이 매주일 나오냐 하고 묻기에 가끔 나온다고 했더니 매일요일마다 나오라는 겁니다. 할 수 있나요. 하기야 사장은 저의 은인입니다. 저를, 임시직원으로 있던 저를 정사원으로 승격시켜 준 분이 바로 사장입니다. 사장과는 묘한 관 계로 알게 되었죠. (뒷주머니에서 휴지를 꺼내 보인다) 이 휴지로 맺어 진 인연입니다. 코를 풀고 뒷간에서나 쓰는 이 휴지 말입니다.

(무대 좌측 사무실에 조명이 던져진다. 과장석에 버티고 앉아 신문을 읽 고 있는 경리과장 배영민. 그 옆 조그만 책상에 마주 앉는 상범. 주판을 놓고 장부를 뒤적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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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대본 - 돌날

 

(김명화)돌날.hwp


 

:김명화

연출:최용훈

제작/극단:작은신화

출연:길해연, 홍성경, 임형택, 서현철, 김왕근, 백은경, 김은석, 정세라, 김문식

기간:20011218~1225

장소:문예회관 소극장

등장인물

정숙

지호

경주

신자

미선

성기

경우

강호

달수

사진사

 

프롤로그

(사진관이다. 돌배기 아기를 안고서 정숙과 지호가 나란히, 그러나 무표정한 얼굴로 다소간 외면한 채 앉아있다. 사진사가 객석에 등을 보인 채 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사:, 두 분이서 머리를 조금만 더 가까이 대세요. 조금만 더요. 좋습니다. 그렇게...움직이지 말구요. ... 찍습니다. 하나, ... 저기 좀 웃으세요, 애기 돌 사진 박으면서 그렇게 찡그리지 말구요. , 눈동자는 여기 보시구요, 웃으세요, 하나 둘, ...

 

(사진을 찍는 펑 소리와 함께 무대가 순간적으로 환해졌다가 어두워진다)

 

1

(암전 속에서, 아이의 울음소리처럼 매미 소리가 무성하다. 이어지는 라디오의 멘트 소리)

 

라디오:가을은 오지 않고 무더운 날씨만 기승을 부리고 있습니다. 구월 중순인데도 해는 뜨겁고 매미소리는 사그러들 줄을 모르네요. 그렇지만 너무 지쳐하지 마십시오. 중국을 급습한 태풍의 여파로 오늘 밤부터 이틀에 걸쳐 비가 올 예정입니다. 이 비가 그치면 이제 무더위도 고개를 숙이고 가을로 접어들 테지요. 여름을 마지막으로 보내는 날, 비발디의 사계중<여름>악장을 보내드리겠습니다. (음악)

 

(조명 들어오면 무대 위에는 그릇들, 음식 장만거리가 널려있고 그 사이에 안주인인 정숙이가 분주히 도마질을 하고 있다. 사태살의 질긴 힘줄을 죽이려는 듯 칼질 소리에 힘이 들어가 있다. 전을 부치고 있는 신자, 꽃을 꼽고 있는 미선이 그 옆에 앉아있다.)

 

미선:이러고 있으니 꼭 제삿날 같네. 할머니부터 손녀딸에 이르기까지 제삿날만 되면 집안의 모든 여자들이 둘러앉아 다듬고 썰고 지지고 그렇게 하루해를 보냈지. 나물 다듬는 건 언제나 내 차지였어. 숙주나물, 고사리, 도라지, 시금치, 콩나물... 콩나물 다듬기가 손이 제일 많이 갔어. 봉지가득 담긴 콩나물은 다듬고 다듬어도 줄어들질 않더라고. 옆에 앉은 언니처럼 전부치는 일이 하고 싶었지만 엄마는 아직 덜 자랐다고 내겐 나물만 안겨줬어... 꼬챙이에 하나하나 끼워야 되는 고기 산적, 버섯 산적, 동글동글 말아야 되는 돈전, 걸핏하면 툭툭 벌어지던 정구지전, 생선전, 가지전, 고구마전, 옆에서 건너다보고 있으면 솥뚜껑 위에서 익어 가던 색색의 전들이 얼마나 찬란해 보이던지. 밀가루옷 입히고 달걀옷 덧씌워서 자글거리는 기름에 지지는 동안 풍기던 고소한 냄새, 냄새만으로도 배가 불러오는 것 같았어... 그런데 막상 자라 그 일이 내 손에 떨어진 날, 난 아버지와 오빠가 제사를 지내는 동안 부엌 한 켠에 쪼그리고 앉아 울었어. 하루 종일 기름 냄새를 맡은 덕분에 눈은 따갑지, 속은 메슥거리지, 뼈마디는 욱신거리지. 처음엔 고소하던 부침개 냄새가 시간이 지날수록 얼마나 속을 뒤집어놓던지. 냄새만으로도 배부르다는 말, 맞는 말이야. 전을 부친 날은 저녁을 먹지 않아도 속이 더부룩했거든. 하루 종일 맡은 기름 냄새 때문에 속이 미식 거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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