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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대본 - 돌날

 

(김명화)돌날.hwp


 

:김명화

연출:최용훈

제작/극단:작은신화

출연:길해연, 홍성경, 임형택, 서현철, 김왕근, 백은경, 김은석, 정세라, 김문식

기간:20011218~1225

장소:문예회관 소극장

등장인물

정숙

지호

경주

신자

미선

성기

경우

강호

달수

사진사

 

프롤로그

(사진관이다. 돌배기 아기를 안고서 정숙과 지호가 나란히, 그러나 무표정한 얼굴로 다소간 외면한 채 앉아있다. 사진사가 객석에 등을 보인 채 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사:, 두 분이서 머리를 조금만 더 가까이 대세요. 조금만 더요. 좋습니다. 그렇게...움직이지 말구요. ... 찍습니다. 하나, ... 저기 좀 웃으세요, 애기 돌 사진 박으면서 그렇게 찡그리지 말구요. , 눈동자는 여기 보시구요, 웃으세요, 하나 둘, ...

 

(사진을 찍는 펑 소리와 함께 무대가 순간적으로 환해졌다가 어두워진다)

 

1

(암전 속에서, 아이의 울음소리처럼 매미 소리가 무성하다. 이어지는 라디오의 멘트 소리)

 

라디오:가을은 오지 않고 무더운 날씨만 기승을 부리고 있습니다. 구월 중순인데도 해는 뜨겁고 매미소리는 사그러들 줄을 모르네요. 그렇지만 너무 지쳐하지 마십시오. 중국을 급습한 태풍의 여파로 오늘 밤부터 이틀에 걸쳐 비가 올 예정입니다. 이 비가 그치면 이제 무더위도 고개를 숙이고 가을로 접어들 테지요. 여름을 마지막으로 보내는 날, 비발디의 사계중<여름>악장을 보내드리겠습니다. (음악)

 

(조명 들어오면 무대 위에는 그릇들, 음식 장만거리가 널려있고 그 사이에 안주인인 정숙이가 분주히 도마질을 하고 있다. 사태살의 질긴 힘줄을 죽이려는 듯 칼질 소리에 힘이 들어가 있다. 전을 부치고 있는 신자, 꽃을 꼽고 있는 미선이 그 옆에 앉아있다.)

 

미선:이러고 있으니 꼭 제삿날 같네. 할머니부터 손녀딸에 이르기까지 제삿날만 되면 집안의 모든 여자들이 둘러앉아 다듬고 썰고 지지고 그렇게 하루해를 보냈지. 나물 다듬는 건 언제나 내 차지였어. 숙주나물, 고사리, 도라지, 시금치, 콩나물... 콩나물 다듬기가 손이 제일 많이 갔어. 봉지가득 담긴 콩나물은 다듬고 다듬어도 줄어들질 않더라고. 옆에 앉은 언니처럼 전부치는 일이 하고 싶었지만 엄마는 아직 덜 자랐다고 내겐 나물만 안겨줬어... 꼬챙이에 하나하나 끼워야 되는 고기 산적, 버섯 산적, 동글동글 말아야 되는 돈전, 걸핏하면 툭툭 벌어지던 정구지전, 생선전, 가지전, 고구마전, 옆에서 건너다보고 있으면 솥뚜껑 위에서 익어 가던 색색의 전들이 얼마나 찬란해 보이던지. 밀가루옷 입히고 달걀옷 덧씌워서 자글거리는 기름에 지지는 동안 풍기던 고소한 냄새, 냄새만으로도 배가 불러오는 것 같았어... 그런데 막상 자라 그 일이 내 손에 떨어진 날, 난 아버지와 오빠가 제사를 지내는 동안 부엌 한 켠에 쪼그리고 앉아 울었어. 하루 종일 기름 냄새를 맡은 덕분에 눈은 따갑지, 속은 메슥거리지, 뼈마디는 욱신거리지. 처음엔 고소하던 부침개 냄새가 시간이 지날수록 얼마나 속을 뒤집어놓던지. 냄새만으로도 배부르다는 말, 맞는 말이야. 전을 부친 날은 저녁을 먹지 않아도 속이 더부룩했거든. 하루 종일 맡은 기름 냄새 때문에 속이 미식 거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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